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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 친구에게 당당하게 얻어먹기도 하자

Joannes 2014. 10. 10. 17:50

 

 

 

 

 

 

 

돈 많은 친구에게 당당하게 얻어먹기도 하자

 

 

 

 

 

 

나와 등산을 자주 가는 친구가 있는데

그는 나보다 재산이 배나 많은 부자다.

 

동내 행사에 금일봉도 내고

심도 자주 쓴다는 풍문을 듣고 있다.

 

그런데 나한테 만은 아주 인색(?)하다.

 

산행 후 늦은 점심을 같이 먹을 때

내가 막걸리를 사고 6천 원짜리 비빔밥을 사면

이 친구도 다음에 막걸리에 6천 원짜리 된장찌개를 산다.

 

나를 불편하지 않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좋게 생각하는데

다른 곳에서는 선심을 펑펑 쓴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내 속이 뒤틀린다.

 

‘짜식 부자면서 만 원짜리 갈비탕 정도는 사 줄만도 한데

아주 인색하기는!’ 하고 혼잣말을 한다.

 

돈이 많은 사람이

돈을 많이 내는 것이 정의에 더 부합한가.

아니면 먹은 값을 지불하니

부자든 가난뱅이든 똑같이 내는 것이 공정한가.

 

 

 

 

매형은 부자다.

노골적으로 갈빗집에서 한턱을 쏜다고

우리를 인솔해 간다.

 

나는 당연히 매형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내는 먼젓번도 매형이 샀으니

이번에는 당신이 사라고

빨리 일어나 계산하라고 옆구리를 찔러댄다.

 

아니 매형이 산다고 해서 왔는데

내가 돈을 내야 하느냐고 항변하면

‘당신이 거지야?

그만한 돈은 낼 만도 하잖아.’

 

이럴 때 어떤 행동이 정의로운지

확신도 안 서고 아내 말을 듣는다.

 

슬그머니 화장실 가는 척 일어나서 계산을 내가 한다.

나중 매형이 알고 나서는 나한테 화를 낸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우리도 자존심 있고 그 정도 돈은 낼 만큼 삽니다.

하는 무언의 대답이다.

 

 

 


친구와 함께 차 한 잔을 마셔도

꼭 가난한 친구가 찻값을 낸다.

 

자기가 안 내면

무시당할 것 같은 열등감에서 나오는 행동이란다.

 

세계적 거부 선박왕 ‘오나시스’가

초창기 친구들하고 음식을 먹으면

가난한 친구들이 항시 먼저 돈을 내고

돌아서서는 돈 많은 놈이 짜다느니 구두쇠라느니

하는 소리를 해댔다고 한다.

 

이 말이 몇 다리 건너서 오나시스 귀에 들어갔다.

 

오나시스가 웃으며 말하길

‘내가 돈 낼 틈도 주지 않고

자기들이 먼저 계산을 하고 가버리더군.

내 술을 얻어먹을 배포가 없는 거야.’

라고 했단다.

 

정신의학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먼저 돈을 내려고 하는 것은

모두 열등감에서 나온다고 한다.

 

친구 중에

'오늘 술값은 내가 낼게.'하고 통 큰소리를 하면

꼭 트집을 잡는 가난한 친구는

'너 돈 있다고 자랑 마라.'

 

 

 

 

우리는 '더치페이한다.'

라고 말한다.

 

이것도 열등의식에서 나오는 말이다.

 

'고맙다 친구야.'

하고 손뼉치고 얻어먹어야 한다.


요즘은 공동분배인 더치페이가

점점 보편화 되어간다.

 

더치페이라는 제도를 처음 받아들일 때

훈련이 안 되어 아주 어색했다.

 

유교문화의 산물인 체면문화에 길들어진 우리 나이 세대는

술값 계산서를 받아들고1/n로 계산하고

즉석 수금(?)하는 일이 낯간지럽다.

 

우리 세대는 돌아가며

한 번씩 술값을 내는 것이 마음 편한 세대다.

 

지금도 더치페이를 싫어하고

돌아가며 내자고 고집하는 친구가 더러 있다.

 

더치페이는 낭비를 불러온다.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나서

네 돈이냐 내 돈이냐

까짓 쓰고 보자 하는 심사가 발동하여

'아줌마 여기 00 더 줘요.' 한다.

먹다 남고 알뜰히 먹지 않아 타버린 음식이 생긴다.

 

 

 

 

더치페이를 하니까 부자만 살판났다.

 

국가도 소득재분배 개념으로

부자에게 세금을 많이 물리고

너무 가난하면 오히려 정부 지원금을 주지 않는가?

 

친구들도 경제력이 일정하지 않다.

 

고액 연금에 잘 사는 놈도 있고

야간 경비 서며 아내에게 사정해서

용돈 몇 푼 들고 나오는 빈한한 친구도 있다.

 

자기가 열심히 노력하고

운도 좋아 부자 된 걸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쨌든 경제력의 차이가 있는데도

서양식의 더치페이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추켜세우는 것은 못 마땅하다.

 

돈 많은 친구는 비싼 술집에서 폼 나게 한번 사고

가난한 친구는 싸구려 선술집에서 가볍게 한잔 사며

술값의 총액은 다르지만

돌아가며 한 번씩 산다는 횟수와 의미는 같으면 좋겠다.

 

돈 없다고

열등감에 먼저 돈내려 하지 말고

배짱으로 돈 많은 친구한테 얻어먹기도 해야

정이 흐르는 사회다.

 

 

 

( 제고총동문홈피에서 업어온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