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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사이

Joannes 2012. 10. 19. 18:42

 

 

 

 

 

친한사이

 

글 : 신달자 엘리사벳 ㅣ 소설가

 

 

세상에는 듣기 좋은 말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친한 사이´라는 말을 아주 좋아한다.

 

그 말에는 너무 진한 오렌지 향보다 없는 듯

은은히 혀끝을 감도는 바나나 향기가 날 것만 같다.

 

아니 그 말에는 무심코 걸어가다가 걸음을 멈추게 하는

찔레 향기나 코끝을 자극하는 치자꽃 향보다는

오래 가까이 있어야 비로소 향내를 알아차릴 수 있는

이름도 알 수 없는 풀꽃이나 난향 같은 것인지 모른다.

 

친한 사이라는 말에는 요란스럽지 않은

그윽하고 온화한 감동이 있어 좋은 것이다.

 

내가 한 친구를 가리켜 ´친한 사이´라고 말하면

이내 내 얼굴에는 만면의 웃음,

그것도 자애로운 웃음이 가득 퍼질 것이다.

 

그 웃음은 그냥 잠시 피었다가

꼭지가 떨어지는 그런 웃음이 아니다.

 

온몸에 배어 시간이 흘러도 사그라지지 않는

생명이 긴 그런 웃음인 것이다.

 

 

친한 사이´라는 말에는

피가 잘 통해서 대화가 막히는 법이 없고

오해도 미움도 없어서 건강하고 그 표정이 밝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친한 사이´라는 소개를 들으면

그 말에는 적어도 내게 대한 믿음이 섞여 있는 말이다.

 

믿음이 없이는 친한 사이는 있을 수 없으나

그렇다고 그 믿음은

무작정 어떤 말이든 신뢰하는 그런 믿음이 아니다.

 

그릇된 점이 보일 때 가차 없이 지적해 줄 수 있는

믿음이 있을 때 비로소 친한 사이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친구의 우정을 귀하게 받아들인다.

 

적당하게 칭찬만 해주는 친구는

이 세상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우정은

사랑이 있는 충고를 해 줄 수 있는 친구일 때

진실로 친한 사이´는 적어도 자주 만나야 된다.

 

어떤 시인이

´사랑할 때 가장 필요한 선물은 시간이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랑할 때 시간은 주지 않고

멀리서 좋은 선물만 준다고 할 때

그것처럼 안타까운 것은 없으리라.

 

결국 그 사랑은 허기져 죽게 될 것이 뻔하다.

사랑은 한마디로 그리움, 같이 있고 싶음 그것이다.

 

친한 사이 바로 같이 있고 싶음을

최대한 누리는 그 사이일 것이다.

 

그러나 너무 서둘지 말라.

조금 멀리 있어도 자주 만나지 않아도

누구보다 친한 사이 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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