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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흔적 지우기를 하고 계신가요?

Joannes 2013. 1. 13. 16:42

 

                                                                                                                                                                      

 

 

 




저 니는 무얼 생각하고 있을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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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큰 이벤트는 뭐니 뭐니 해도 '죽음' 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떠나기 마련이다.
현명한 이는 나이가 들면, 떠날 때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떠나는 이의 유품<흔적>을 정리하게 된다.
요즘, 나이를 먹어가니 어떤 이유에서 건,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 간다.
내 차례도 점점 다가옴은 피할 수가 없다.


우리는 누구나, 떠나기 전에 '내 손으로'
흔적을 지워 홀가분하게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는 8.15, 6.25, 5.16, IMF등
많은 어려움을 겪어 본 세대들이다.
쌀 한 톨, 연탄 한장, 물건 하나가
얼마나 귀한지도 잘 알고 살아온 우리들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들 주변을 보면,
하찮은 물건일지라도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모셔둔?
물건들이 새새에 참 많이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말하기도 한다.
'5~6년에 한 번씩은 이사를 해야,
그나마 그때그때 정리가 대강 된다'고...


나도 보면 몇 년째 안 쓰는 물건이
곳곳에 참 많이 박아두고 있다.
'언젠가는 필요할 때가 있겠지.
살이 빠지면 또 입게 되겠지.
이 다음에 자식들에게 물려주어야지'
하면서 버리지 못했던 물건들이
서랍이며 장롱이며, 창고 등,
새새에 잔뜩 쌓아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과감히 정리할 때가 됐다고 보는 것이다.
버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버림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할 때'가 왔다고 보는 것이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K모씨는
평소에 물건에 대한 집착이 강 해, 집안 구석구석에
자질구레한 손때 묻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어떤 때는 필요해 찾으면 없어,
마눌한테 물어 보면 '버렸다'고 한다.
그로 인해 마눌과 다툼도 간간이 있었다고 한다.
'의논도 없이 버렸어?' 하고..


그의 서가에는 학창시절의 손때가 문은 책들이
그득하게 꽂혀 있고,
옛날, 인과 관계로 마지못해 산, 표지가 두꺼운 전집들이
'좌우로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옷장에는 몇 년 동안 입지 않은
유행지난 옷들과 넥타이로 꽉 차 있다.
신발장에는 철따라 유행하는 등산화 등
안 신는 구두들과 각종 모자로 꽉 차 있고
창고에는 젊은 시절에 메고 다녔던 등산 배낭이며,
각종 가방, 우산, 물건을 사올 때 따라온 잘 만든 봉투,
부피를 차지하는 상자곽 들로 꽉 차 있다.
설합에는 혼자 보던 비디오 테프를 비롯해서,
워크맨으로 즐겨 듣던 녹음테프, CD,
시효지난 각종 약 등도 많다.
은퇴 후 넥타이를 맬 일이 거의 없는 데도
넥타이를 신주 모시듯 하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돌아, 다시 복고풍이 돌아와
이 다음에 애들이 또 쓸 거라나???'
어림없는 소리도 하고 있는 것이다.
'애들이 그것을 쓰겠나???'
스키나 스케이트. 인라인스케이트도 유행이 달라지는데...
그런데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언젠가는 또 쓸 날이 있겠지...
나중에 시간이 나면, 보고 듣고 읽어야지' 하며,
모두를 자기 곁에 두고 싶어 한다.


어렵게 자란 우리들은
무엇 하나 버리기를 아까워하며 쉽게 버리지를 못한다.
그중에는 애들 어렸을 때 같이 여행 다니며 찍은 사진과
기념품 또는 각종 패도 참 많다.
사진과 기념품은 행복했던 흔적의 추억이 깃든
비용이 많이 든 소중한 물건으로 여긴다.


각종 패는 자신이 열심히 살아 왔다는
일종의 증표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물건들을 보물처럼 여기며 살아온 이들은,
'그것을 버리면
마치 자기의 흔적이 없어지고 만다.'고 허전해 하며
자신만 홀로 남겨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나는 며칠 전, 우리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뜻밖의 광경을 목격한 일이 있다.
큰 과일상자에 차곡차곡 담긴채
깨끗한 감사패와 공로패들이 버려져 있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정년퇴직을 한 한 校長님의 것이었다.
그가 살아 있을 때는
제일 잘 보이는 거실 장식장에 고이고이 간직되어 있었을
한 사람의 역사가 담긴 물건이, 쓰레기로 버려진 것이다.
마음이 아팠다.
그분이 떠나기 전, 직접 정리를 했더라면
저렇게 쓰레기 더미에 버려져
천대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은 부인을 암으로 잃고 오랜 세월을,
결혼한 아들내외와 같이 살면서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잡다한 물건을 냉정히 버리지 못하고
책장이며 창고에 그냥 쌓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분은 평소 사리가 분명하고
자기 정리를 잘 하던 분이었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어,
그날 이후
나와 관계된 물건을 하나하나 정리해 가고 있다.
이다음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잘 나온 사진으로
영정 사진도 한 장 마련해 내 방에 걸어 두었다.


사람은 누구나 갈 때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기에,
언제 찾아올지 모를 세상과의 작별 때가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남의 일 모냥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니 죽음을 대비해
자기 물건을 자기가 정리하지 않아, 일을 당하면
누군가가 또 한 번 슬픔을 안고,
그것을 정리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심지어는 몇 년이 지나도록

유품을 정리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남편이<마누라가> 아끼던 물건인데, 하며
어쩌지 못해 힘들어 하기도 한다.
요즘은 세상이 많이 변해,
가족관계도 옛날과 같이 끈끈한 정이 없어져 간다.
이는 농촌도 도시화 되고
핵가족의 한 여파이기도 한 것이다.


요즘은 아끼던 물건을 자식에게 남겨준다고 해도
고마워 하기는 커녕, 꺼내 보지도 않고
그냥 버려지고 마는 일이 허다하다.
그 물건들이 유족에게는 아끼는 물건이 아니라,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짐이 될 뿐이다.
당장은 필요는 없지만, 아까워서, 아니면
더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버리지 못한 물건은
내가 떠난 후에 '내 뜻과는 전혀 다르게'
남의 손에 의해서 천대 받으며 처리되는 것이다.
내 소중한 삶의 자취를 다른 이가
성의 없이 마무리 짓도록 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그런데, 모처럼 큰 맘 먹고 정리하려고 꺼내 놓았다가도,
'돈을 많이 주고 산 것인데,
또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며 아까워
다시 집어넣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기도 했다.
그래서 버리는 데에도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마눌은 그림<양화>을 오랫동안 그려 왔다.
97년도에 국전에 첫 입선,
15년 뒤인 2012년에는 특선을 했다. 장하다.
그중 더러는 팔려 나가기도 했지만
'그때도 왜 그리 섭섭해 했던지.
잘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 같다나? ..'
마눌의 화실이나 그림 방에는 '자기 살보다 더 아끼는'
그림들이 여기저기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래서 얼마 전 마눌 육순 때,
나는 큰맘 먹고 그림 전시회를 열어 주어,
평소 가깝게 지내던 분들을 초대,
액자 값 만 받고 하나씩 나누어 준 일이 있다.
'물론 마눌의 마음 달래느라,
마눌에게 얼마의 돈을 주기는 했지만 ...'
"그렇게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도 그림은 계속 그린다.


남에게 기증하거나 선물로 줄 수 없는
사진 앨범, 공로패, 감사패 등은 따로 처리해야 한다.
사진은 내 일대기의 증표이니 만큼,
과거의 주요 순간들을 생각해 보면서 정리한 후,
모두 불태우거나 가위로 잘라 없애 버리는 것이 좋겠다.
공로패 감사패를 버리면서 과거의 나는 멋진 사람이었고,
현재의 나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면서,
과일상자에 차곡차곡 쌓아 붙들어 매서
재활용 코너에 넣으면 좋을 것이다.
내가 나의 흔적을 정리하지 않으면
유족들이 한번 더 슬픔에 젖기에 말이다.


어떤 유명인의 말<유언>이 생각난다.
"내가 죽거든, 수의는 평소에 내가 즐겨 입던 옷으로 하고,
장기는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이식을 하게 하고,
몸뚱아리는 의대생들이 해부용으로 쓰도록 하라.
그리고 나머지는 화장을 해,
개발이 안 될 '네가 가기 쉬운 곳에 뿌려라"는...^-^


나는 이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죽음이 참다운 죽음일까 ?' 하고...^-^